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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氏와 토토로

지금까지 냥밥이 아닌 너굴밥을 준겐가?

매일 걷습니다 2021. 11. 9. 12:25

아파트 단지에서 걸어 15분쯤 떨어진 한적한 공원에  운동 삼아 자주 가는 편.

평일엔 워낙 오가는 이가 없어서 그 넓은 공원 전체가 텅 빈 느낌, 한참을 다녀도 아무도 없는 곳이라 바람이라도 불면 때론 휑하고 음산한 느낌도 주는 그런 조용한 곳이다. 그래서 가끔 개를 데리고 산책오는 이를 마주치면 반가울 정도.

 

그 곳에 사는 공원냥이들에게 가끔 밥을 줄 때가 있다. 

 

인적이 드문 공원이라 타인들에게 불편하거나 해될 건 없어 뵈고, 바람에 날아다니는 지저분해진 그릇이나 주변 쓰레기는 치우고 좀 넉넉히 사료를 들고가 부어놓고 물그릇도 씻어 물도 채워주고 오곤 하는데.......

 

어제는 밥 주고 지켜보는 데 갑자기 어디선가 커다랗고 털 북실북실한 개가 한 마리 나타난 느낌을 받았다. 

 

어둠 속에서 대충 봐도 개라고 하기엔 뭔가 느낌 묘했다. 고양이는 확실히 아니였다. 

그리고 이곳 저곳서 편히 밥 먹던 고양이들이 순식간에 어디론가 다 사라졌다. 

 

너 뭐니? 어둠에 눈이 익어가자, 실루엣만 보이던 그 녀석의 실체가 점차 잘 드러났다.

 

너.. 너.. 너는 너굴맨. 너구리구나. 

 

주변 쓰레기도 좀 치우고 더러운 그릇도 버리고, 고양이들이 이렇게 밥 먹는 걸 멀찍이서 지켜보고 있었지....

 

그. 런. 데

 

갑자기 어디선가 털이 북실불식한 강아지 같은 도도도~~ 달려왔다.

처음에 개인가?

그럼 주인은 어디갔지? 했는데 뭔가 느낌이 쎄~~하더라. 

 

밥 먹는 고양이들은 순식간에 다 달아났고, 그중 덩치 큰 고양이 한 마리가 용감히 너구리 곁에 다가가는 듯 하더니 그대로 달아났다. 

 

 

조금 떨어져 살펴보니 이 녀석이 고양이 사료를 닥닥닥~~~ 다 긁어 먹는 듯..

 

누가 먹으면 어떠랴. 배고픈 짐승 누구나 먹어라. 추운 겨울 잘 살아남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