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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살림

9월 첫 주말-여름과 헤어지는 시간

매일 걷습니다 2021. 9. 5. 17:38

9월은 역시 가을이다.

낮엔 여전히 반팔 티셔츠를 입고 다닌다 해도

 

아침저녁 불어오는 바람도 완연히 차고 건조해졌다. 이젠 여름을 되돌려 보내야 할 시간. 내년에 또 보세~

 

여름 이불들 정리해 넣고, 새로 주문한 가을 이불 한 채도 세탁해 쟁여뒀다. 새 이불은 다음 주에 아이 기숙사로 보낼 예정.

 

선풍기는 지난 주 닦아 비닐 씌워 펜트리 넣어둠. 에어컨 리모컨 배터리도 다 빼서 정리. 에어컨 단자함도 아예 내려둠. 다음 주엔 에어컨과 보일러 조절장치 등 몇가지 집안 관리 방법 잊기 전 메모해 정리해 둘 계획. 내년을 위해 라벨지에 출력까지 아예 해둘 생각

 

새 이불은 남편이 접었다. 내가 정리하는 방식과 다르지만, 굳이 고쳐접지 않고 그냥 둔다. 남편이 내 방식을 고치려하지 않듯. 

우리 집 사계절 이불들이 오종종 모여있다. 항상 차렵이불을 쓰는 집이라 이불들 개수에 비해 부피가 있는 편.

 

여름용 대자리는 정리함에 담아 안방 붙박이장에.

이불은 아마도 이보다 더 늘지도 줄지도 않을 듯. 

 

 

토요일 오전엔 붙박이장과 서랍장 속 정리하여 안 입는 옷가지, 양말 등도 솎아  20리터 봉투 하나 채우고, 여름 옷도 조금씩 정리하고 가을 옷으로 바꾸어 둠.

아직은 낮이 여전히 더워 다 치울 순 없더라. 

 

일요일 오전엔 올 여름 내내 신고 다닌 샌들도 깨끗이 빨아 바람에 말리고~~ 

 

거실, 안방 전등 커버도 다 떼내어, 죽은 날벌레들 처리하고 비누칠한 후 깨끗이 세척해서 말리기

(지난 2월 이사하며 새로 교체했던 다른 방, 욕실 등 커버 속은 벌레가 들어가지 않아 패스~, 뭔가 커버 결합 구조가 달라서  그런지 새로 교체한 등은 멀쩡하더라.)

 

죽은 날벌레들이 이보다 더 많이 들어 있었다. 반쯤 털어낸 상태. 

전등 커버마다 연결 방식이 조금씩 다 다르구나.

작년까지 살던 집은 새로 지은 신축 아파트라 그런 지 전등커버가 자석 부착방식이여서 그냥 툭 떼고 툭 붙이면 끝이었는 데, 이건 잠금장치 역할을 하는 고리를 옆으로 돌리는 방식이라 이리저리 고민해서 떼어냄. 

 

얇은 유백색 전등커버들. 조심스레 비누칠하여 먼지, 묵은 때 닦아낸 후 마른 걸레질 하여 다시 부착. 

커버를 다 떼어낸 led등은 이런 모습이다. 거실 등.

 

가을답게 햇살의 열기는 가라앉고 바람은 선선해져 캣타워도 다시 창가로 옮겨줌. 

여름 동안은 창가 햇살이 너무 뜨거워 캣타워를 거실 벽 쪽 그늘로  옮겨 줬었다.  

이 아파트 단지는 단지 바깥쪽 동들의 층수가 다른 동들보다 절반 수준으로 낮다.

우리 집은 바깥동 최상층.

그렇다 보니 최상층이라도 이렇게 거실 왼편 소파 자리에서 보면 이렇게  높다란 다른 동들이 보여 마치 중간층같이 보인다. (창가에 가까이 가면 그래도 탑층이라 하늘 뷰가 펼쳐지지만)

반대로 테이블이 놓인 거실 오른쪽 편과 아이가 쓰는 현관방에서 보면 시내와 하늘 뷰가 요 정도 보인다. 

창가로 옮겨준 캣타워에 앉아 낮잠 자는 토토로, 늘상 캣타워를 즐기던 단풍씨는 정작 안방 침대로 들어가 자더라.
엄마가 현관방에서 이불장 정리하자 그새 따라 들어와 졸고 있는 토토로.. 엄마 껌딱지다. 

토요일 오후에는 잠시 짬 내어 남편과 같이 오랜만에 오이와 무 피클 담아봄.

인터넷 레시피대로 담다 보면 시간이 갈수록 더 많이 절궈지면서 너무 시고 달아지는 게 문제였다. 그래서 이번엔 단촛물 레시피를 변형하여 비율상 물은 더 많이 붓고, 설탕과 레몬식초 양은 확~~ 줄여서 담가봄.

덜 달고 덜 신만큼 뭔가 밋밋하고 심심하지만 아삭아삭한 채소 원래의 맛을 원하는 데 과연.. 맛이 어떨 지 

이번 시도가 성공적이면 다음 번에도 심심하게 담아보려고 함. 

 

오이, 무, 청양고추, 레몬, 월계수, 피클링스파이스, 흑후추, 할리피뇨 등 집에 있는 재료는 다 넣고

예전엔 피클은 으레 크고 이쁜 유리병에 담아야 되나보다 했지만, 유리병은 대체로 좁고 깊어서 담을 때도 꺼내 먹을 때 영 불편하더라. 

그 뒤론 이렇게 담기 편하고 꺼내먹기도 편한 다용도 사각용기에 담는다.

 

채소들 다 썰어넣고, 바글바글 끓인 단촛물을 부어주면 끝이다.

끓인 단촛물의 뜨거운 기운이 다 빠져나가면 뚜껑 덮어 김치냉장고에 며칠 두었다가 먹으면 된다.

경험상 며칠 뒤부터는 채소에서 물이 빠져나와 물 양이 늘어날 때 단촛물을 조금 따라 버려야 한다.

아니면 너무 흥건해져서 유리그릇 안에서 채소가 둥둥 떠다니는 느낌난다.

 

(요리든 집안일이든 복잡하고 어렵고 귀찮은 과정이면, 다시 안 하게 되어 되도록 단순하게 변형하여 하는 편)

오래 보관하고 먹을 용도가 아니라 유리그릇은 따로 열탕 소독 안 했고, 깨끗하게 씻어 바짝 말린 상태에서 담았다.

단촛물도 심심하게 만들어 오래 두고 먹어선 안 될 거 같음. 

부디 심심하고 상큼한 맛으로 맛들길 바라는 맘

 

새로 산 김치도 너무 싱싱한 맛이라 앞 베란다에 하룻밤 묵혀 숙성 후, 김치 냉장고에 넣어둠.

(우리 집은 김치는 적은 양을 매번 사서 먹는다. 김치는 젓갈을 적게 써서 시원하고 심심한 김치맛을 좋아한다.) 

이번엔 레몬도 썰어넣어봤다. 식초도 레몬식초
그림자처럼 따라붙는 토토로라 어디든 사진에 등장한다. 단풍씨는 소파~
애교스럽거나 사람을 잘 따르진 않는다만 그래도 종종 이리 사람 곁에 앉아 쉬고, 밤엔 꼭 침대 발치나 옆에서 사람 몸에다 제몸 붙이고 잔다. 

가슴털, 배털을 긁어도 가만히 즐김. 골골송도 잘 부른다. 

 

그리고 저녁엔 집에 있는 채소들ㅡ애호박, 양파, 깻잎, 당근, 매운 고추 등ㅡ 다 썰어놓고 부침개로 저녁을 대신함.

남편은 느린 마을 막걸리 한 잔을 곁들이고~식탁 위에 1구 인덕션을 올려두고 바로바로 구워 먹었지.

채소 준비와 반죽은 아내가, 전부치기와 뒷정리는 남편이.

 

그들의 저녁은 넷플릭스 슬의생 시리즈 2와 함께~~~

느긋이 드라마보며 저녁도 먹고, 차도 마시고 그러다 보니 시간이 많이 흘렀다. 

 

저녁이 넘어 밤으로 접어드는 시간이라 그냥 쉴까 싶었지만, 

생각을 바꿔 운동가기로 함. 가는 길에 고양이 사료도 챙겨 공원냥이들 밥도 넉넉히 챙겨주고 물도 새로 떠다 주고 산책도 오래오래 하고 옴. 대략 7-8km 정도 걸은 듯. 

 

초가을 토요일 밤 산책길은 그야말로 벅스라이프더라.

산책 길 위엔 갖가지 딱정벌레들이 바삐 돌아다녔다. 늦은 시간이라 오가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시피 하니, 고요한 길에 들려오는 풀벌레 소리도 굉장했다. 귀 기울여 들어보니 정말 각양각색의 소리가 들려오더라.

집에 와서 잠시 쉬었다 씻으니 12시가 훌쩍 넘었더라. 

 

일요일 밤은 하루 정도 운동을 쉬고 책을 읽으며 쉴까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