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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살림

오랜만의 당근 거래

매일 걷습니다 2022. 6. 22. 21:48

오늘의 당근은 자전거 판매

어느 순간부터 중고 거래와 당근 거래는 영 귀찮고 성가셔서 잘 안 하지만,
거의 새 것에 가까운 자전거를 팔자니 당장 당근 밖에는 생각나는 곳이 없다.

두 달쯤 전에는 예전에 사두고 사용하지 않은 단열벽지도 되팔았다.
뭐든 새 걸 싸게 내놓으면 순식간에 팔리긴 하더라.

예전 단순하게 살기에 심취했던 시절에 비해
지금은 잔살림과 책들이 조금씩 늘었고 소파도 생기고 자전거도 생겼다.
 
그래도 옷이든 살림이든 가구든 '하나 사면 하나는 정리한다'는 규칙은 여전히 잘 지키는 편.
계절마다 불편하거나 낡은  옷이며 이불 등은 교체하면 꼭 그만큼 솎아내는 건 확실하게 몸에 배었다.
 
지난 봄에 새로 들인 이불은 꽤 폭신하고 진드기 방지도 되고 촉감도 괜찮아 보였지만, 실제로 써보니 정전기가 몹시 거슬렸다.
새 것이라는 이유로 억지로 참고 쓰기엔 매일 밤 사람과 고양이들이 정전기에 시달려야만 했다. 특히 털복숭이 고양이들에게 늘 정전기가 빠직~빠지직~~ 번쩍번쩍 ... 녀석들이 보통 괴로운 게 아니었을 게다. 역시 사람, 동물이 쓸 이불과 속옷은 기능성 섬유말고 순면 제품이 최고구나 다시 한번 깨닫는다. 
그럴 땐 꽤 비싸게 산 새 것이라도 바로 폐기한다. 그렇게 필요 없다 싶은 건 그때그때 여전히 잘 정리하고 있다.



이전에 정리한 물품은
작년 9월 샀던 남편 자전거
생각보다 잘 타지 않아서 두고보다 과감히 당근에 판매하기로 결정.

남편은 학창시절 대전 도심을 자전거로 등하교해서 자전거엔 익숙한 편이지만, 나이 들어 다시 타보니 생각보다 그다지 편리한 이동수단도 아니고, 거기다 이 도시는 자전거 도로가 제대로 구축되지 않은 오래된 소도시다 보니 타고 다니기도 영 마뜩찮다고 했다. (내겐 어째 다~~늙은 아저씨의 게으른 핑계로 들리지만 사실일지도....)

헬맷까지 하면 꽤 많은 비용을 주고 샀지만, 더 이상 미련도 없고 어느 정도 가격이 적합한 지도 잘 몰라 적당히 싸다 싶기 올렸다.
그랬더니 오늘 저녁 당장 오겠다는 등 꽤 많은 연락이 와버렸다. 그중 선착순 5개쯤의 대화만 받아주고 그다음부턴 아예 대화창에서 다 나와버렸다.
(내가 제법 싸게 올렸구나 싶었다.)

아무튼 그중 첫 번째 분께 넘김.

"혹시 너무 순식간에 팔린 자전거가 아쉽지 않냐?" 했더니
남편은 더 이상 자전거에 미련이 전혀 없다고 하였다.

이 곳 뿐 아니라 다른 도시로 이사 가더라도
우린 "복잡한 역세권 내지는 시내라 불리는 도심상업지"으로 옮겨가기로 합의한 지라 그 곳에선 자전거를 타기가 더 불편할 거 같다며.



지금껏 나는 남편에게 여러 번 자전거를 가르쳐달라 했으나, 그는 매번 내가 자전거를 배우는 걸 아주 질색한다.
(나는 젊은 시절 운전도 남편에게 배웠다. 그는 단 한번도 내게 언성을 높이거나 짜증내는 일 없이 내게 늘 무심한 듯 한결같은 태도로 운전을 가르쳐 준 사람이기에 자전거도 그에게 배워볼 생각이었다.)
늙어가며 자전거를 배우다간 자칫 어디 한 군데쯤 부러지거나 크게 다칠 거 같다나. 아예 배우질 말란다. 걷거나 네 바퀴달린 차를 타라며.
 
 
"아니 이보시오. 혹시 아오? 내가 미니벨로 같은 녀석을 뚝딱 배워 세상 잘 타고 다닐 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