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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살림

시인성 끝내주는 벽시계

매일 걷습니다 2024. 2. 14. 14:29

이 집 주인들이 늙어가듯 살림도 늙어간다.
일 잘하던 시계들이 약을 갈아줘도 자꾸 멈추거나 느려지더라. 그래 이제 너랑 헤어질 때가 됐나보구나. 그간 애썼다.

몇년 새 어쩌다보니 이사가 잦았지.
그렇게 몇 개의 도시와 몇 개의 집을 거치면서도 잘 버텨준 자그마하고 클래식했던 벽시계들이랑 그만 헤어지기로 했다. 안녕. 고마웠다.

그동안 좀 작은 사이즈 이쁜 벽시계만 써서 처음 받아보고 당황했다. (지금껏 시간 잘 안보여도 이쁜 게 훨씬 더 중요했던 아줌마였다. 이젠 늙어서 큼직해서 깔끔하고 잘 보이는 게 최고다.)

"어...시계 자체가 너무 큰데다 아이보리색 판에 대비되는 검은색 굵은 숫자, 그보다 더 선명한 빨간 시침과 분침
뭐 이렇게까지 시인성이 좋아야 하나. 이건 뭐 꼬마들 아날로그 시계로 시각 읽는 법 가르치는 용도로 적당한 제품 아닌가?" 싶었다.


그러나 일단 큰 시계가 눈에 익자 깔끔하니 이뻐보이고 무엇보다 시인성 좋은 점이 몹시 매력적이더라. 그래 시계는 저래야지. ㅎㅎ





어디서 봐도 시인성 좋은 무소음 시계로 교체했다.

(정확히는 시계 무브먼트는 무엇이든 완전한 무소음일 순 없고 저소음이랬다)

시인성 좋은 시계답게 제품명도 빅돔 또는 빅볼륨 어쩌고 였다. 최저가로 파는 사이트에선 검정색 밖에 안 팔아서 몇천원 더 주고 쿠팡에서 아이보리 컬러로 구매했다.

같은 모양, 컬러로 2개 구입하여 거실하나, 안방에 하나 두었다.

바로 이제품이다. 더 싸게 파는 사이트 있는데 현재는 검정색만  판매중이라 ㅜ..ㅜ

그리고.. 오늘 저 가장자리 스툴도 하나 대형폐기물로 내다 버렸다. 낡아서 바닥면 마감천이 쭉 찢어져 늘어졌고 테두리마다 늙은 할미냥 단풍씨가 아주 싹싹  잘 긁어놨거든.
(두마리 고양이 중 좀더 말썽꾸러기는 단풍씨고 토토로는 그냥 장난꾸러기다. 단풍씨는 뭔가 심사가 틀어지면 방석에 오줌을 싸거나 이불에 토하거나 똥을 보란듯 중간에 대놓고 싸기도 한다. 반면 토토로는 더 맹하지만 토해도 꼭 바닥에 내려와 토하고 크게 울며 사람을 찾는다. 혼나거나 사고쳐도 곧장 애처롭게 울며 애교를 피우고 가슴냥, 무릎냥하며 사람 곁에 있으려하지. 단풍씨는 의뭉스럽게 사고 치고도 아주 태연하게 군다. 그간의 관찰 결과 둘 중 단풍씨가 더 영리한 고양이다운 고양이고 토토로는 마치 개처럼 맹목적으로 사람을 따르는 좀 많이 맹하고 귀여운 장난꾸러기다.)

현관 정리하며 이런저런 잡동사니들과 저 쿠션도 50리터 종량제 봉투 하나가득 채우고 재활용품도 덩달아 좀 많이 내다놨지. 내집 훤하게 비우자고 지구의 악당짓 하는 거 같아 찜찜하다만....

반성의 의미로 올해에 좀더 노력해서 꼭 필요한 생필품 외엔 되도록 덜 사들이고 옷도 덜 사고 음식도 아껴 살뜰히 먹고 그래야지 다시 한번 맘 먹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