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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큰 아이 챙기기_별 건 아니다.

매일 걷습니다 2024. 10. 27. 20:38

시부모님께선 자식 특히 아들과 며느리에게 전혀 간섭을 하는 타입이 아니시다.
(무심하다고 표현하는 게 어울리는. 그러나 살아보면 이거 자식 세대에게 되게 강력한 장점이다.)

대신 자식들에 자상히 마음을 쓰시거나 보살피거나 뭐 작은 거 하나라도 나누는 타입도 전혀 아니시다.

(나는 친정 부모님도 이런 타입이시라 이미 익숙하고,  그러다보니 따뜻하거나 다정하거나 애틋한 희생적 부모상에 대한 환상이 아예 없다. 가끔 주변 지인들의 그런 자상한 부모가 부럽긴하다만 이번 생엔 나와는 관련 없는 일이다.)

젊은 시절 "당시 갓 신내림받아 쌀알이 바짝바짝 설만큼 신기 강력한" 어느 점쟁이가 날 보자마자
"어.....부모가 다  살아있는데 부모가 안 보여. 그건 부모 도움을 생전 받을 일이 없다는 뜻이야. 인생에 별 도움이 안되는 부모를 가졌어..".라고 말하더라.

씩 웃고 말았다만 .신기하네...싶더라. ㅎㅎ

내 부모님은  당시 두분 모두 대졸일만큼 시부모님보다 훨씬 고학력, 중산층라 여유있는 환경이었지만 오직 자신들만을 위해 살다 가신 분들이거든. 몹시 본능적으로...
그래서 내가 개인적 편견이다만 "늙은 막내들"을 안 좋아한다.
어린 막둥이들이야 성장하며, 살아가며 개선의 여지가 있을테다만.
이미 철딱서니 없이 늙었다면, 그리 늙어서도 철없는 막내짓하더라. 형님들한테 주변인들한테 뭐든 받으려고만 하고 나누면 무슨 일 나는 줄 안다. 내 부모지만 자식들한테 뿐 아니라 자신의 형님, 형수님에게 다 늙어서도 아주 제멋대로 구는 거 보고 마음의 선을 훅 그은 적 있을 정도다.)


내가 제법 자상하고 성실하고 애살있는 성인이자 제법 괜찮은 부모가 된 건 오롯이 나의 후천적이며 자발적 노력에 기반한다.

내 개인적 경험상...자식에게 최선을 다하는 희생적 부모상이 보편적인 건 아니구나를 충분히 이해한다.
세상엔 이기적인 부모들도 지천에 널렸거든. 동물들도 그러하듯. 가까이는 폭설 내린 날 아파트 주차장에 일부러 얼어죽도록 아픈 새끼  놓고간 우리집 토토로의 어미도 그러하다. 병든 자식을 버리거나 멀쩡한 자식 등꼴 빼는 기생충스러운 부모처럼. 
 

운 나쁘게 이런 부모를 가진 좀 박복한 자식들도 있으니
누군가 그 아이에게 자신만 아는 이기적 부모의 행태에 큰 대가를 치루지 않고 선을 긋는 연습하기, 되도록 일찍 경제적 독립하기 그리고 그들이 제뜻대로 휘둘리지 않는 자식에  울고불고 노여워하고 위협하는 각종 쇼잉 행태에 휘둘리지 않도록 가르쳐줘야 한다고 믿는다.
조금이라도 받아줄 만하면 이후엔 진짜 가지가지 하더라.
대신 몸서리쳐지게 진절머리가 나니,  부모와 이번 생에서의 연이 다 한데도 아쉬움이 정말 하나도 남지 없더라.
그리 하고 싶은 다하고  제멋대로 살다가 드디어 가셨나보다......그게 전부다. 어쩜 그리 슬프지가 않던 지...

이런 걸 굳이 직접 경험해서 알게 된 어린 날의 내가 많이 짠할 뿐이지.
이런 경험 때문에 나는 시부모님께도 되도록 인간대 인간으로 잘해드리려곤 하지만 부모님의 행동에 따라 꽤 심드렁하고 무심한 태도를 보일 때도 있다. 그건 굳이 잘잘못을 짚어 말하진 않지만 내가 그들에게 꽤 실망했다는 뜻이다.



반대로 나는 반찬 넉넉히 하면 꼭 노놔먹고 작은  빵 하나, 로션 한병,  과일 한팩, 김치 한통이라도 꼭 챙기는 성향이 있는데 이걸 남편 쪽 가족들은 좀 당황스러워한다.


그래서 남편은 고교시절부터 기숙사 생활을 했음에도 부모의 세심한 케어를 받아본 적이 없었다고 한다. 대학을 갈 때도 전혀 개입치 않았다고 하신다.
고3때 남편 혼자 알아서 학비와 기숙사비가 모두 무료인 학교를 골랐다고 하더라.
(그러나 지금은 그때 그렇게 내비두지 말고 자식일에도 좀더 신경써서 그 좋은 성적으로 충남대 의대를 보냈어야 한다고 괜히 과기대를 보냈다고 후회하신다. 당시에도 신경 쓰는 집들은 의대를 보냈는데 당신은 자식이 왜 과기대를 골랐는 지 궁금해하지도 않았고 그냥 자식이 그걸 좋아하나부다 지 인생 지가 사는 거지 했단다. 애가 하고픈 대로 놔두는 게 최고라 여기셨는데... 지금와 생각해보니 부모가 같이 고민도 해주고 길도 보여주고 했어야 부모지 싶다고....)


그런 부모님께서 내가  내 아이를 키우고 대하는 태도에 뭔가 느낌이 남다르신가보다.  뭐랄까.

"어찌 사람이 저렇게 부지런하고 뭐든 치열하고, 맨날 새벽같이 일어나 일하면서도 밥 해먹고, 퇴근해서도 맨날 애데리고 뭘 하고, 혼자 책보고 운동하고 저럴 수 있지? 내 자식들은 하나같이 안 그렇던데?" 신기해 하는 데서 시작해서 점차...
"부모가 이리 해야 자식이 저리 크는 구나. 애한테 신경을 써야 아이가 다 커서도 성격도 저리 밝고 다정하고 애살 있어지는 구나." 느끼시더라.

내 자식들은 하나같이 착하고 순하지만 내성적이고 말수없고 그런데..... 그리고 공부를 다들 그리 잘 했는데도 결국 잘 안 풀려서 속상해. 
돌이켜보니 젊은 시절 나는 그저 나 속상한 거,  내 남편이 나 속터지게 하는 거 자식들한테 화풀이 하느라 소리지르고 때리며 기죽이며 키웠고 내 기분만 신경쓰고 동네 사람들이랑 어울려 놀고 교회 다니고 이러느라 정작 내 자식 앞길, 성격 신경 제대로 못 쓰고 산 내 탓이구나 싶은 뭐 그런 회한이 드신댔다.

 
그러나..그 시절은 야만의 시대였다. 그 시절엔 그런 부모님들이 많으셨을테니 너무 자책하지 마시라 말씀드리곤 한다.

(저는 동네 사람이랑도 안 어울리고, 교회도 안 다니고, 승진도 안하고..... 아는 이들도 많지 않고 가본 곳도 많이 없이,  오롯이 일만 하고 애랑 고양이만 열심히 키웠습니다. 그만큼 인생이 참 밋밋혀요. 
어머님은  지금의 저보다 훨씬 어린 그 시절에도 아버님이랑 각종 계 모임 다니며 차 끌고, 관광차 타고 전국으로 외국으로 안 다녀본 데가 없으시잖아요....당시엔 그게 또 얼마나 재밌었겠어요. 그렇게 각자의 살아온 인생 다 일장일단이 있는 게지요.)


고양이도 사람도 정스럽게 키워야 정스럽게 큰다. 토토로는 사람에 대한 애정과 친밀감이 남다른다. 사람이 부모고 전부다.



어머님은 종종 "나도 젊을 적 저리 부지런히 살고 자식한테 저리 신경쓰며 정성껏 키웠어야  했다." 후회의 말씀을 하시곤 한다.
그렇다고 지금이라도 자식들에게 애살있게 하시는 건 아니다. 후회는 후회고, 그때나 지금이나 뭐 비슷하신 거 같다.
 
여전히 사과를 아가씨들이랑 반씩 나눠 드시라 한 바구니 가져다 드리면 그중 딱 3알만 꺼내 아가씨들에게 전한다거나, (그래서 요샌 과일을 사면 아예 2봉지로 따로 나눠 크게 각각의 봉투에 이름써서 가져다 드린다. 이건 아가씨들꺼라고. ㅎㅎ)
 
제일 애정한다는 맏자식이 아프대도 (고단백 식사를 해야 한다는, 순식간에 체중이 10kg이상 빠져 눈가가 쑥 들어가 퀭해진) 아픈 자식 먹거리 한번이라도 챙겨주시기보다는, 자식이 가진 병이 행여 자신에게도 있을까봐 다급히 인근 큰 병원에 예약해서 검진받으러 가시더라.

당시 그 모습을 보고 "이건 뭐지?" 싶을 정도로 되게 황당하고 충격적이었다.
(뭐랄까 당시엔............나는 내 부모도 저런데, 왜 시부모도 이렇지 싶었지)
하지만 이젠 이 조차 익숙해서 그러려니 한다.
당시....내린 결론. ...........어른이라고 나이든다고 철드는 게 아니구나.
남편씨,  당신도 어린 시절부터 참 딱하게 컸겠네 싶어 많이 안스러워졌다.

여전히 일단 당신이 최우선이신 타입들이시라 자식에게 별다른 폐도 안 끼치지만 뭔가 자식을 위해 작은 무엇 하나 노놔주는 것도 잘 못하시는 타입이다.
그렇지만 깔끔하시고 영민하신데다 기본 예의도 바르시고 주변에 폐도 안 끼치시지.
이 또한 나는 아주 강력한 장점이라고 나는 여긴다.





반면 남편은.... 아이를 키우는 나를 보면서 제 부모와 다른 면에 많이 놀라곤 한다. 남편은 자식에게는 적당히 거리도 두면서 다정하고 재밌고 애틋하다.
제 자식을 키워보며
아. 자식은 이리 키우는 거구나..새삼스레...이래야 자식도 제 부모를 애틋하게 여기는 구나. 싶단다.

아들아이는 다큰 사내녀석인데도 제 부모를 생각하면 맘이 애틋하고 고맙고 자신이 바르게 살아야지. 열심히 살아야지 맘 먹게 된댔다.

자신의 주변 친구들 부모와 비교해도 나는 어쩜 이런 부모를 가졌나 고맙게 여기게 되어 (주변 친구들과는 달리) 부모가 나중에 그닥 물려줄 자신이 없는 것도 전혀 신경 쓰이지 않는댔다.
(고맙다.아들. 말이라도 그리 해줘서)

아무튼 남편은...늙어가는 부모님에 대한 애틋함, 연민은 있으나 덤덤하고 좀 무심한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어 보인다.
너무 어릴 때부터 모든 걸 혼자 해결해야했던 남편과 달리 성인기에도 부모의 보살핌을 어느 정도 받아온 아가씨들은 부모님께 확실히 더 애틋하더라.
남편이 두 아가씨들의 대학 학비를 대주고 부모님이 분양받은 아파트 집값도 일부 보태는 등 부모님을 충분히 도왔으니 그만하면 됐다 싶기도 하고...
아무튼 남편은 고교시절에도, 대학때도 직장생활 때도 기숙사 생활하다 결혼했기에 부모님께 받은 보살핌은 중학생시절에서 거의 끝났다고 하더라.





기온이 내려가니 이불은 폭신한 이불로 바꿨는지 물어보고 베개속통 상태는 어떤지도 물어봤다.

베개속통은 갈았으면 좋겠다길래  새걸 2개 배송시켰다. 내일 바로 배송 가면 잘 갈고 헌 건 종량제 봉투 사다  바로 폐기하라 일러두었다.

겨울 아우터도 하나 교체해야겠다길래 이쁜 거 골라사라고 돈을 좀 보내주었다.


매주 주말마다 병원 알바를 하기에  용돈을 조금만 준다. 그래서 종종 먹을 거 보내주거나 생필품을 시켜주기도 한다.  청소기나 겨울외투 같이 큰 돈 드는 건 부모가 해결해준다. 나머진 아이가 알아서

다음 주엔 서울 병원 검진 다녀오는 날이라(별건 아니다. 남편 하안검 3개월 경과) 이때 서울 아들 집 가서 집 청소를 해주기로 아이와 이야기 나눴다. 어차피 이때 아들은 병원 일 하는 중이라 저녁에 잠깐 만 얼굴보고 내려올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