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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24.수_일본, 응급실

매일 걷습니다 2024. 1. 25. 01:29

50대 .... 자식도 챙기고, 부모님도 보살펴야 할 연령이다.

그나마 젊은 자식이야 제 앞가림 대충 해가는 거 같아서 알아서 살아가도록 놓아둔다.

(녀석의 삶을 깊이 알려고 하지는 않는다. 속속들이 알려줄 아들도 아니지. 부모로서 그걸 바라지도 않고.
ㅡ부모로서  청년기에 접어든 자식이 걸어가는 삶의 길을 지지해주고,  필요할 때 도움 주고 자식 걱정 안 시키,  어디 내놓기 부끄럽지 않은 부모 되면 되는 거다.  자식 또한 그러하길 바라고ㅡ
적당히 풀어 먹이되, 자유로운 일상 속에서도 부모가 여전히 지켜보고 있으며 사랑하고 있음을 은연 중 알려 주려고는 한다.
"믿어라 그러나 확인하라." 는 아이가 커도 여전히 유효한 양육전략이거든.

성인으로 독립해 성장해가는 과정에서 너무 온실 속 화초처럼 크진 말고 성장에 필요한 소소한 시행착오 겪되 그렇다고 너무 고생하진 말길 바라며 적당히 우당탕탕 좌충우돌하면서도 적당히 운이 따라주길. 아무튼 그가 적절히 잘 해가나가길 응원한다.)

부모님께서도 자식들에게 의존적이지 않으신 상당히 독립적 성향이라 보살피는 데 크게 어렵진 않으나 가끔 도움드릴 일이 있지.
아무래도 연세가 있으시니. 그간은 주로 대전에 사는 아가씨들이 도맡아했고 이제는 우리 부부가 일정 부분 함께 한다. 다 같은 도시에 살지만 그래도 우리가 더 가까이 살거든.



아들은 오늘  일본에 잘 도착했고
비행기 착륙시간에 자동으로 제 부모에게 문자가 오게 해뒀나보더라. 그럼 되었다.


도착한 순간부터는 이런저런 걱정이나 잔소리 일절 입대지 않고 딱 안전하고 재미나게 지내다 오라고만 해줬다.
그저 하루 일과 마치고 숙소 도착 후 톡 하나 또는 이모티콘 하나면 충분해.

역지사지로 내가 저 나이때라도 "어디 놀러가서 부모 생각나더냐?" 싶어서.  
여행가기 전엔 용돈 좀 챙겨주고
"일본 가서 혹시 용각산 사탕 금색 포장 발견하면 몇 개 사다줘."가 끝.

다만 가기 전엔 안전하게 다녀라는 요구했다. 유흥가 쪽엔 다니지 말고 이상한 무료 음료, 젤리 같은 거 받아 먹지 말라고.

<20대 초반에+신나는 곳에 +그것도 또래 친구들이랑+놀러가서도> 제 부모 생각하고 있다면?
음, 걔는 다분히 전래동화나 설화에 나올 법한  효녀 심청이 종류(안 부럽다)거나,
제법 마마보이, 파파걸 기질이 있거나,
어쩌면 장차 부모에게 정서적, 경제적 독립이 어려운 녀석이라 제 부모가 아주 오래오래 품에 끼고 키워야 할 자식일테니, 무엇이든 난 사양할랜다.

아이가 다 커서 자식이랑 같이 늙어가는 마당에도 여전히 품에 끼고 키울 자식은?  
나는 우리집 냥딸 둘이면 충분해.



아들이 일본에 무사히 도착할 무렵
우리 부부는 부모님을 모시고 충남대병원 대전권 광역 응급센터로 달려가고 있었다.

오늘은 남편이 좋아하는 김치콩나물국 끓여 이른 저녁 챙겨 먹고 동네 산책 나갔다.
종종 보던 하얀털 많은 치즈무늬 하천냥이(녀석을 "하치"라 부른다. 하천에 사는 치즈) 밥도 챙겨주고 여유롭게 거닐다 어머님 전화를 받고 다급히 집으로 되돌아왔다.

감기기운이 있던 아버님이 열이 많이 오르고 호흡도 몹시 가팔라졌는데도 몸이 힘든 아버님께서 병원 가지 않겠다며 어머님을 애먹이고 있으신게다.
가까이 사는 우리 부부도, 119도 모두 부르지 말라며 계속 버티고 누워계시니 어머님께서 다급히 우리 부부에게 연락하셨다.

도착해서 보니 아버님께선 언뜻 봐도 예사롭지 않았다.
몸을 일으켜 드릴 때부터 몸 전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가 확확 느껴졌다.
열이 높은 데다가 숨도 몹시 가빠 힘들어하신다.
아, 이런 호흡이라면?
나같은 동네 아줌마가 봐도 보나마나 폐렴인걸.  

우리 부부가 가서 아버님을 다독여 일으켜 같이 옷부터 입혀드리고 '힘드셔도 그래도 응급실 가야한다' 독려하여 다니시는 대학병원 응급센터로 모셨다.
다행히 오늘의 응급실은 그리 다급하진 않고 여유로운 편이었다. 옆문으로 119가 계속 들어오긴 했는 데 아주 다급한 환자는 아닌 듯 보였다.

우리 부부가 응급실 접수 수속부터 도와드리고 어머님께서 보호자 1인으로 아버님 옆에 같이 계셨다.
아버님은 몇가지 검사 결과 폐렴이 시작된 거였고 수혈도 필요한 상태셨다. 안 좋은 예감이 맞았다.
그래도 그나마 다행인 게 입원실 베드가 바로 나서 병실로 옮겨 폐렴 집중치료를 받게 되셨다.

결과 나올 때까지 대기실에서 서성이다 어차피 1인 1보호자 밖에 있을 수 없어 우리는 집으로 왔다. 나는 출근이니 내일은 남편 혼자 입원 준비 물품을 챙기셔야 할 어머님을 모시러 가보기로 했다.


다음날 아침 남편이 병원에 다시 갔다. 입원준비물을 챙길 어머님을 픽업하러.
식사는 어찌하시려나 했더니 아버님께서 병원밥을 잘 안 드셔서 그걸 대신 드셨단다. 저녁에 병원들러 맛난 거라도 사다드릴까 한다.

일단 수혈과 다량의 해열제, 수액 투여로 열이 잡혔고, 이제 폐렴 항생제 치료가 남았다.

가족끼리도 장차 다가올 장례 절차는 어찌 하면 좋을까 두런두런 이야기는 하기도 한다만 아직 아버님의 생에 대한 열망은 아주  강하시다.

집에 돌아오니 이번엔 토토로가 션찮다. 얼굴 한켠 전형적인 면역이상 반응이 나타나고 설사도 심하다.
얼른 잡아다 유산균 영양제 먹이고 받아둔 약도 일단 먹였지. 상처 덧나지 않게 연고 발라주고

수의사들로부터 잔여수명이 3일이내, 한달, 6개월내 등 언제 안락사해도 이상할 게 없다
더이상 의학적으로 해줄 게 없다 는 등의 험한 소리를 들었던 토토로는 만 7세를 넘어 다시 다가올 봄을 기다리고 있다. 걔 아직도 살아있어요? 소릴 듣는 그야말로 "토토로의 기적"이지.



토토로도 아버님도 다시 건강하게 봄을 맞이하길 바라는 맘이다. 일단 명절전까지 폐렴치료 잘 받으시고 퇴원할 수 있길 바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