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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5. 서울나들이(창덕궁, 창경궁,혜화동)

매일 걷습니다 2023. 11. 5. 17:14

내가 좋아하는 어처구니들을 원없이 본 주말.

왕과 관련된 건물 지붕 처마끝에 올리는 토우.
잡상이라고도 한다지만 나는 어처구니라는 이름이 더 좋다.





11.4.토. 건대
대전사람들이 서울 나들이 갈 때 챙겨가는 필수품
서울지인들을 위한 성심당 빵
이번엔 순수롤로만.

성심당 대전역점은 본점보다 더 일찍 연다. 본점보다 갖춘 빵은 적어도 성심당 케잌부띠끄 메뉴 중 가장 인기 많은 순수롤을 넉넉히 가져다 놓기에 굳이 시내 케잌부띠끄까지 가지 않아도 되어 좋다.



늘 그렇듯 토요일엔 아들은 동물병원에서 풀타임 근무 중. 오전엔 거의 넋이 나갈 정도로 환자가 밀려든다고 했다. (그러나 그리 일해도 최저임금 받는 견습생이다. 물론 자발적으로 병원 일을 미리 배워두려 일하는 중이라 별 불만은 없다. 배우는 것도 많아서 스스로 병원일 하는 시간들을 뿌듯해 한다.)

엄마아빠는 서울 도착하자마자 건대 인근 로데오 거리에 있는 인기많은 밥집부터  찾았다. 일하려면 배불리 먹어둬야지.

아이 집에 먼저 도착해 집 청소부터 했다.
자취하는 자식집 들르면 어쩔 수 있나.
제 부모 눈엔 청소거리부터 먼저 눈에 들어오지.
(그 건대 밥집 메뉴는 대전 세호불백과 메뉴가 거의 같았는 데 고기질이며 맛, 전반적 퀄리티는 세호불백의 압승이다. 지금까지의 경험으론 서울의 밥집들은 대체로 지방 도시들에 비해 가격대비 많이 아쉽다. 서민들이 살기엔 "직장/생계 문제만 해결된다면" 집값+물가+교통체증빈도가 낮고 생활인프라가 괜찮게 형성된 지방 큰 도시들이 확실히 더 낫지 않나 늘 생각 중. 서울은 멋지고도 참 힘든 곳이다.

갖은 잡동사니들 끄집어내고, 낡은 베개속통 싹다 털어서 75리터, 20리터 한봉씩 그득그득 채웠다. 수납장 속에 대충 던져둔 종량제봉투도 착착 개어 가지런히 정리해줬지.

가을 이불은 택배 박스에 담아 집으로 다시 택배예약해놓고 서울 가기전 미리 택배 부쳐둔 겨울 이불로 교체했다.

궁중팬, 일반팬도 새것으로 모두 교체하고 혹시나 방전되기 쉬운 도어락 건전지도 모두 갈아주었지.
자취생들이 소홀하기 쉬운 침대밑, 창틀, 하수구 배관까지 싹다 반질반질하게 대청소했다.
녀석이 화장실은  배수구도 청소할만큼 생각보다 잘 청소하는 편이다. 그러나 생전 침대 밑이나 창틀은 손 안대더군. 하긴 아직은 그런 게 보일 나이는 아니지.
물은 2병 남았길래 생수 12병을 예약배송해뒀지. 요즘 세상 참 좋아. 서울이라면 아침에 주문하면 저녁에 도착하는 쿠팡도 있고, 직접 가도 되지. 집 앞이 나의 냉장고이자 창고인셈. 굳이 생필품을 내 집에다 미리 쟁여할 이유가 없다.

아이네 집 바로 맞은 앞엔 이마트도 있고 백화점도 있고 건너편엔 대학 캠퍼스도, 대학병원도 좀더 걸으면 어린이대공원까지도 언제든 슬리퍼 신고 슬렁슬렁 걸어다녀와도 된다.
집값이 비싸서 아쉬운 동네일 뿐.




이후 퇴근한 아들만나 저녁으로 파스타를 먹고 아들은 집에 들어가 월요일에 있을 시험공부.

엄마아빠는 학교 캠퍼스 산책
11월의 밤이지만 날씨가 아주 좋아 마치 9월의 밤 같았다. 요즘 낮은 심지어 덥기까지. 낮온도가 21~26도를 오갔으니 지하철에도 길거리에도  반팔차림도 많았다.
밤이 되어도 얇은 아우터만으로도 충분했다.

원래 11월엔 경량패딩쯤은 입었던 거 같은 데 말이다. 올해 가을은 뜻밖에 길다. 이 좋은 계절을 일단은 즐기곤 있다만 이상기후인가 싶어 걱정스럽기도 하지.

아무튼 따뜻한 가을 날씨가 길어져 새로 산  남편의 경량패딩은 아직 개시도 못하는 중이다.

주말동안 비가 내린다니 그 비가 그치면 기온이 금세 내려가겠지.


아들이 말해준 귀요미 동물병원 구급차를 찍었다.

그래서 아들도 대학원 진학 전 1종면허를 다시 따야 한댔다. 대학원생인 젊은 수의사들이 이런 차를 직접 몰고 다녀야 한다. 종종 선배님들이 한강변 등으로 각종 사고 당한 강아지들 구하러  출동한댔다.

오늘 대전에서 갖고간 성심당 롤케익 하나도 저 구급차 몰고다니는 선배님 드릴 거란다.
그래라. 그렇게 주변 지인들하고 노놔 먹으라고 많이 사갔지.

근사한 야경을 보여주는 일감호

낮엔 집 청소하고 토퍼며 침대커버까지 갖은 빨래거리는 싹다 가져와 세탁시 3개를 몽땅 차지했다. 그리고 고온 건조기로 팡팡 돌렸다.
온 집안의 모든 침구와 빨래가 포근포근하고 보송보송해졌다.

빨래와 청소는 힘은 들어도 눈에 보이는 결과와 성취감이 있는 집안일이다.
(내게 요리는 전혀 그렇지 않은 분야다. 좋은 재료+열심히 한다가 꼭 좋은 결과로 이어지진 않더라.)

밤엔 두런두런 이야기 나누다 오랜만에 세 가족이 모여 보송보송한 이부자리 깔고 잤다.  폭신한 겨울이불 덕분인지 어제 14000보 넘게 종종 거리며 일하고 걸어서 그런지 푹 잤다. 일어나보니 비가 내리고 있었다.

아침엔 전날 밤 아이 병원근무복이며 샤워한 옷가지들 세탁한 것들  널고 잤는데 덜 말랐길래 다시 걷어 지하층 빨래방 들러 후딱 건조기 돌렸다.
베란다 없는 작은 오피스텔 살수록 건조기는 필수다. 한 건물에 같이 있는 빨래방이 아주 유용하다.



11.5 .일. 창덕궁,창경궁, 혜화동

예약해둔 익선동 식당. 게장 요리만 파는 집

엄마.아빠는 게장을 안 좋아한다만 제 부모와 달리 게장을 좋아하는 아들을 위해 픽한 집.

예약하지 않으면 1시간씩 줄을 서야 하는 집이라 미리 예약하고 찾아갔다. 낙원상가를 지나 익선동 골목 사이에 숨어 있는 집.

서울의 식당들은 툭하면 웨이팅이라 웨이팅있는 집이라고 음식맛에 크게 기대되진 않는다.
그냥 줄서기 싫어 예약할 뿐.

한치회,생선구이, 맑은 꽃게탕, 양념게장, 간장게장, 미나리전까지 쭉 다 한번에 나온다.

게장은 괜찮은데 한치회와 생선구이는 별로.
한치회는 당연한 냉동 느낌. 그거야 한치요리 전문점이 아니니 어쩔 수 없겠지. 고등어는 바싹 마른 느낌. 적당히 촉촉하고 바삭하게 튀긴 생선이 맛나지. 저렇게 말라비틀어지게 튀겨놨다 다시 튀기듯 내어놓으면 식감이 영 별로다.

전반적으로 나쁘진 않았다만 후식 줄 땐 저 식탁 가득한 그릇들을 좀 치우고 먹을 수 있게 해주면 좋지 않나 싶었지.



식사 후엔 슬슬 걸어서 창덕궁
24세이하 청년은 무료라 엄마. 아빠만 발권
창덕궁 1인 3천원. 창경궁 1천원
두 궁은 이어져 있지민 발권은 따로 해야 한다.

비오는 날이라 사람이 많지 않아서 기온은 포근해서 다니기 좋았다.
중간중간 비도 그쳐줘서 궁궐 다니는 동안은 운좋게 우산을 펼치지도 않았다.

창덕궁 돈화문

여긴 7마리씩
3.5.7.9.11 홀수로 올리는 건 감잡았는데...

궁궐은 매우 한가로워 어딜가나 이정도 인원만 다녔다. 궁궐은 비오는 날 가야하는 구나. ㅎㅎ

여기도 7마리씩

품계석

아들은 지나던 어느 아주머니께 붙들려 휴대폰 사용 애로점을 해결해드리고 있다.

엄마는 저쪽 어디서 다른 여행객들에게 붙들려 사진을 몇장 찍어드렸지.
가족들이 하나같이 뭔가 묘하게 부탁하기에 좀 만만해 뵈는 그런 인상들이라 어쩔 수 없다.ㅎㅎㅎ
전단지, 사진촬영 부탁까지야 오케이.
그 이상은 훠이~ 특히 종교단체들 지겨워.
그나마 나이드니 "젊고 순수한 이들을 타켓 삼는" 길거리 포교하는 각종 종교단체의 그물망에선 완전히 벗어난 듯 하다.

멋지다. 이 굴뚝 근처에 한참 머물렀다.

여긴 세마리 뿐. 왜?  더 올려도 될 텐데
찾아봐야지 어처구니 갯수의 의미
(별다른 의미는 없고 지붕의 길이에 따라 홀수로 올린단다.)

내가 좋아하는 어처구니들 이곳은 5마리
경복궁은 9~11마리까지도 있다던데 여긴(창경궁) 건물들이 작아서 그런 듯.

아들이 찍어준 남편과 나

아는 아침에 일어나 머리 대충 빗지도 않고 하나로 묶고 빨래방만 갔다 바로 옷만 입고 나와서 부스스한 뒷모습. 아무렴 어떠랴. ㅎㅎ

작년부터 스스로 느끼기에 완연히 중년에 접어들고 있는 나는 이젠 거울 속에서 할머니가 되었을 내 모습이 슬쩍슬쩍 엿보인다.  
어~~내가 생각보다 빨리 늙어가는 유전자를 가졌구나 싶다만 그래서 좀 애석하지만 어쩌랴.

그래서 집안 내력상 이래서 수명이 짧으려니 싶다만... 요즘같이 장수가 비극인 세상엔 그 또한 나쁠 것도 없는 일.
다만 내가 낳은 아이가 이 험한 세상에 단단히 뿌리내려 자리 잡는 걸 오래 지켜보고 싶은 맘은 부모로서 갖고 있지.

남편 코트는 1년쯤 된, 내 코트는 5년째 입는 중.

세트로 맞춘 트렌치코트가 아닌 데도 색상이 같고 둘다 검정 백팩까지 같이 메고 있으니 어째 교복 같네.
아무튼 올해는 가을이 길어져 트렌치코트도 자주 입는다.

창경궁 내 저수지. 가을단풍이 제대로다.
남쪽인 대전은 아직 단풍이 짙게 물들지 못해 근래 매주 보문산에 갔음에도 제대로 못 본 단풍을 뜻밖에 서울 궁궐에서 하는구나.

저수지 주변을 돌며 고등어, 노란 치즈, 삼색이까지 궁궐 고양이들도 두루 만났다.
쟤들은 조선시대부터 살던 궁궐냥이들 후손일까 숙종이 밥주며 귀여워했다는 금손이던가 그 고양이 후손도 남아있을까 그런 실없는 얘기도 나누며 오래오래 걸었다.

어처구니들만 보면 발길을 꼭 멈추게 된다.
세상에~~~너무 귀여워. 난 니들이 너무 좋아.



혜화동 서화커피

원래 가려던 커피집은 아닌 데 가던 길에 이뻐서 들어간 집
작은 독채 방을 차지하고 있을 수 있어서 좋았다.

그 독채방 주인은 이 분.....  절미씨.
방에 고양이가 들어오고 알아서 나간단다.

창경궁 홍화문에서 나와 서울대 병원을 끼고 혜화동쪽으로 1킬로쯤 쭉 걸으면 나오는 찻집. 골목 사이에 숨어있다. 서화커피

고양이 절미씨가 머무는 공간에 앉았다만  바깥 어디서 들려오는 고양이 목소리만 듣고 실물은 못 봤다.

혜화역에서 멀지 않은 곳
우리는 혜화역에서 4호선 서울역으로.
아들은 2호선 갈아타러 갔다.

아들이랑 맛있는 것도 먹고 멋진 궁궐 구경도 해서 좋았다.

아들, 다음에 또 보자. 건강히 잘 지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