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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실 속의 화초"로 자란 아이

매일 걷습니다 2022. 1. 13. 15:59

온실 속의 화초에도 종류가 있더라. 아이의 손을 놓지 마라.


 
대학생인 아이와는 이런저런 잡담을 톡으로 나눌 때가 있습니다.  

이번 이야기의 시작은 이 만화였습니다.

만화의 정확한 원출처는 찾아봐도 알 수가 없고, 더쿠라는 사이트에서 본 만화였습니다.

 

(이 만화가 그려진 출처는 아래와 같습니다. 더쿠 스퀘어라는 곳입니다.)

https://theqoo.net/index.phpmid=square&filter_mode=normal&page=18&document_srl=2304295268 

 

링크에 들어가보시면 해당 내용에 대해 젊은 분들의 다양한 생각도 함께 알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더쿠 스퀘어라는 곳에 올라온 이 만화의 원출처를 아시는 분은 알려주세요. 원출처를 알고 싶지만 이리저리 검색해봐도 알 수가 없네요. 문제가 된다면 바로 삭제하겠습니다.

 

위 만화에 담긴 주제에는 각자 명확한 입장이 있어서 아이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좋은 소재가 되었습니다.


아이에게 이 만화를 보여주고, 이 만화에 나오는

 곱게 자란 상대방을 얕잡아 보고 "가스라이팅하려는 자"와  휘둘리지 않고 대차게 대응하는 "온실 속  화초"의 맞대응에 대해 어찌 생각하는지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습니다.

 

 

아이는 자신이 <온실 속 화초> 라는 걸  부정하지 않습니다.

엄마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내 아이든 남의 아이든 아이가 너무 일찍 철든 거 좋아하지 않습니다. 보기 안쓰럽거든요.

적당히 시기 맞춰 철들어가고 깊이도 같이 생겨나길 바라는 맘입니다.

 

'스물의 나이'에 '서른의 깊이와 고뇌'를 가지는 게 결코 좋은 일이 아니라고 봅니다.

 

 

 


 

일단 아이가 자신이 행복하게 컸다고 얘기해 줘서 부모로서 정말 고맙지만,(참 열심히 애를 키우긴 했으나)그렇다고 그리 썩 좋기만 한 엄마는 아녔기에 좀 민망하기도 합니다.

 

내향적이고 에너지가 적은 편인 저와 달리, 외향적이고 말 참 많은 우리 집 아이가 제겐 때론 버겁기도 했습니다.

제 아이가 저와 성향상 합이 맞는 차분한 선비같은 성향이길 바랬고 그래서 어려서부터 차분하고 우아한 아이로 키우려 애썼지만 타고난 성향 자체가 진중한 선비는 아녔습니다. 그렇다고 산만하거나 드센 성향도 아니지만 활달하고 말 많고 독립적인 아이는 저랑은 참 다르더군요.

 

그렇기에 주양육자인 저와는 많이 다른 성향의 아이라 사춘기 시절엔 투닥투닥 다투기도 하고 종종 소리 지르거나 내 기준에 엇나가면 가끔은 매섭게 혼내고 체벌도 했기에 그런 기억들은 다 잊어주고 행복하게 자랐다고 말해주니 민망한 게지요.

 

저런 성향의 아이를 키울 때의 큰 장점 중 하나는,

'감정적 상처를 금석에 새기듯' 오래 기억하는 나와 달리 아이는 노여움이 무척 짧고 용서도 잘해 준다는 점입니다.

 

아이를 가르쳐 본 선생님들의 공통적인 말씀은 "아이가 혼내도 노여움이 짧고 감정적으로 금세 회복된다." 였습니다. 눈물이 쏙 빠지게 혼내도 얼마 뒤면 웃으며 대화가 가능할 정도로 밝아서 가르칠 때 마음이 불편해지지 않는 아이라고 했습니다.

 

(그건 아이가 어려서부터 보여준 entj 성향의 특성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생각해보니 어려서부터 남이 하는 이야기, 잔소리에 타격감이란 게 대체로 없었습니다.

 

청소년 오케스트라 시절 지휘자 선생님의 불같은 가르침, 소리 지름에 아이는 얼굴이며 귀까지 새빨개질 정도로 당황했으면서도ㅡ연습시간이 끝났음에도 나오지 않는 아들을 찾으러 갔다 우연히 아이가 혼나는 장면을 그대로 지켜본 제  심장이 쪼그라 붙을 정도로 무섭게 다그치셨습니다.ㅡ

 

"오늘 혼나서 속상했겠구나." 물으면 아이는

 "혼내신 거 아니야. 내가 자꾸 연주 속도가  빨라져서 가르쳐 주신 거야. 내가 자꾸 실수해서 남아서 가르쳐 주신 거야. 화내신 거 아니야."라고 쿨하게 넘기더군요. 

진짜 쿨한 건 지 그런 척하는 건 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제가 그리 닦달당했다면 아마도 당장 오케스트라 관둔다고 할 거 같습니다.)

 

그 점은 아이에게 참 고마웠습니다.

나라면 새침하게 토라져서 한동안 말도 안 할 일도, 아이는 보통은 한숨 자고 나거나 맛있는 밥 한 끼 먹으면 또는 이야기의 주제가 달라지면 곧장 감정을 털어내고 아무렇지 않게 밝아졌습니다. 그런 면이 나는 참 이해가 잘 안 되기도 했지만, 아이를 키울 때는 고마운 일이었습니다.

 

대신 억지로 무언가를 시키기 어려운 아이이기도 했습니다. 다른 애들도 대개가 그렇겠지만 좋아하는 분야를 섬세히 잘 관찰하고 찾아서 세뇌하듯 설득시켜 가야만 오래 오래 시킬 수 있었습니다.

 

취미생임에도 음악과 미술을 만 10년간 꽉 채워 시킬 수 있었던 것은 아이가 좋아하는 분야이기도 했지만,

어린 시절 '악기 연습하고 그림 그리는 대신' 놀고 싶고, 금세 질려하거나 재미없어 할 때 이리저리 고민해 방법을 바꿔가면서까지 끝까지 시킨 엄마의 고집과 예체능 교육에 대한 신념도 있었야만 했고 엄마로선 그만큼 힘들었습니다. (저는 집중양육주의자입니다.)

 

"대충 적당히 남들 비슷하게 흉내내고" 그만하려던 아이와 "이왕 시작한 미술과 음악만큼은 몸에 평생 기억되도록 제대로 가르쳐주고 싶은" 제 엄마가 오랜 기간 힘겨루기하며  쌓아온 음악과 미술 실력은  지금에 와선 아이가 가진 자부심의 원천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런 말도 있다지요.

초등 시절 이런저런 예체능 교육을 적당히 배워보다 아이가 영 하기 싫어해서 그만두게 하는 경우,

 

아이가 고교생 쯤 되어서 하는 말이

 "엄마, 엄마는 그 어린 애가 뭘 안다고? 애가 하기 싫다고 바로 관두게 했어? 어른인 엄마가 억지로라도 좀 시켰었야지. 내가 그래서 지금 할 줄 아는 게 없잖아?" 그러기도 한다지요.

 

그럴 때는 그 녀석 등짝을 한 대 때려줘야 될 거 같지만요.

 


아이는 본인이 온실 속 화초로 자란 아이임을 굳이 부정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렇기에 누가 혹여 그리 까내린대도 별 타격도 없다고 했고요.

 

아이가 생각하는 "온실 속 화초"는 두 가지라고 했습니다.

 

화초 1> 성장기에 잘 보호받고 좋은 성장 환경을 제공받아 독립적이고 정서적으로도 매우 건강한 회복력 있는 성인으로 자라난 경우.

 

화초 2> 과도하게 주변 어른, 손윗 형제자매들이 모든 걸 대신해줘서 제대로 할 줄 아는 것도, 보편적 삶에 대한 상식적 판단이나 감각도 무디고, 경제적, 감정적, 일상생활능력 면에서 전반적으로 의존적인 성인으로 자라난 애어른의 경우.

 

아이는 자신은 <화초 1의 경우>라 생각하기에 온실 속 화초라고 비난받는다 해도 상처받지 않는다고 하네요.

 

저는 과도한 과잉보호로 의존적 성인, 마마보이로만 키우지 않는다면, 성장기 아이들은 가정 안에서 부모에게서 충분히 오래 보호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도 부모가 여전히 아이의 삶을 깊이 관여하고 아이를 섬세하게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바로 온실 속의 화초의 삶이라면, 당연히 아이는 온실 속 화초로 자라야 한다고 믿습니다. 어린 아이를 너무 일찍 세상 밖에 내어놓아 잡초처럼 혼자 제멋대로, 험하게 자라게 하는 건 양육자의 의무를 저버리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아이의 손을 놓지 마라"와 같은 책 내용에  깊이 동의합니다.

 

"부모나 아이의 자유의지, 교육소신이든, 어쩔 수 없는 개인상황이든"

청소년기에 접어든 아이들을 자유롭게 제멋대로 자라도록 놔두는 <방임과 자유의 애매한 경계선에 있는 경우>의 잘 된 케이스보다는 잘못된 사례를 직업상 하도 많이 봐서 그렇기도 하고요.

 

(뭐랄까요? 왕성하게 뇌와 몸이 자라나기 시작하는 청소년기 아이를  '이젠 알아서 잘 크겠지.' 하고 적당히 놓아버리고 섬세히 보살피지 않는 건 마치 적당히 자라난 묘목을 더이상 다듬어 주지 않아 사방팔방 제멋대로 가지가 뻗어나가도록 내버려두는 것 그리고 병해충에 시들어가는 게 뻔한 환경 속에서도 저만치 컸음 이젠 알아서 커야지하고  놔두는 거랑 같다고 봅니다.  

 

그와중 운좋게 어쩌다 잘 크는 나무도 있겠지만,  대개는 제멋대로 아무렇게나 뻗고 휘어져 버려 장작용이나 버팀목 외엔 마땅히 쓸모가 없어지거나, 채 다 크기 전에 기생식물에 뒤덮여 버리거나 병해충에 그 명을 다해 버리기도 하듯이요. 

 

그래서 사춘기 아이에 대한 가지치기(싸우든 설득하든, 간섭하든 관리하든)는  커가는 아이랑  대거리하기 버거워도 회피하지 말고 반드시 꼭 하셔야 한다 권하고 싶습니다. 제멋대로 구는 사춘기 아이랑 어른이 미친 듯 싸우더라도 인생에서 꼭 가르쳐야 할 건 부모로서 반드시 가르쳐야 한다가 제 소신입니다.

 

그리 싸워서라도 자식을 가르칠 수 있는 존재는 세상에 제 부모 밖에 없으니까요. 남들은 작은 관심이 있다손쳐도 어찌 가르쳐야 할 지 엄두가 안 나니,  안타까워 하거나,  쟤 어쩌려고 저러냐 걱정섞인 뒷담하거나 그냥 놔버리지요.)

 

책 이미지 출처 예스 24 http://www.yes24.com/Product/Goods/58053241

 

 

자녀의 손을 오래 오래 잡아주는 부모가 되고 싶습니다.

제법 대찬 우리집 녀석이 언제까지 제 손길을 받아줄 진 모르겠지만요.

 

혹시 사춘기 아이를 키우시는 가정이 있다면 저 책 한번 읽어보시라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