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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오래된 동네에 사는 즐거움 발견 본문
중이다.
오늘은 퇴근길에 재래시장 들러 저녁거리를 샀고, 식사 후엔 도서관에 가서 예약도서도 찾아왔다.
나는 그간 수십년간 "연구단지, 신도시, 택지개발지구 같은" 전신주조차 없는 깨끗하고 새로 지어진 동네에서 주로 살았다.
그래서 실은 오래된 구도심, 중심지가 아닌 예전 낡아가는 동네에 대해 그닥 좋은 느낌은 안 갖고 있었지.
뭐랄까 서울 주변 반듯반듯한 신도시에서만 살았던 이들이 서울 도심 ... 아무리 강남역 근처라도 한두 블럭만 더 들어가면 보이는 지저분하고 낡은 뒷골목 동네 보면 느껴지는 그런 감정과 비슷하달까.
그런데 사람 일 모를 일이다. 어찌하다보니 중소도시에서 광역시로 근무지가 바뀌었다.
오래되고 적당히 낡고 복닥거리는 동네에 발령받게 되었고, 그렇게 새로운 곳에 근무하며 머물러 살게 되며 그 오래되고 낡은 동네의 매력에 새롭게 눈 뜨고 있는 중이다.
오래된 동네라 뭔가 낡고 후줄근한 느낌을 주는 골목길들도 있다만, 그 사이 단정하고 이쁜 골목들도 많고 아무튼 동네가 아기자기, 복작복작거리며 이거저거 다 모여 있다.
밤늦은 시간이라도 다니는 사람도 많다. 먹자골목도 크게 형성되어 있고 지하철도 있고 ktx역도 있어서 그럴 것이다.
아무튼 그래서 어지간한 용무는 다 걸어서 해결 가능하다는 게 상당한 장점이다.(지방은 광역시라도 생각보다 이렇게 밀집된 생활 인프라 구축이 쉽지 않다.)
좀더 걷자면 동남쪽으론 보문산, 한밭도서관, 이글스파크, 성심당, 성모병원, 서북쪽으론 둔산동,갤러리아나 롯데 백화점 주변도 걸어서도 또는 지하철, 버스 타고 해결 가능. 일단 집 근처 버스정류장 노선이 대충 세어도 십여개거든. 서울도 수원도 집 바로 앞에서 기차타면 된다.
오래된 동네다보니 그 특유의 낡음, 번잡함도 있다만 그 사이에 걸어서 다닐 수 있는 다양한 가게들, 병의원들이 다양하고 빼곡하게 자리잡고 있다.
생각보다 이런 상권은 형성되기도 쉽지 않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더라. 새로운 대규모 택지지구가 개발된대도 10년이상 걸린다고 했다.
화려하고 깨끗한 프랜차이즈 위주의 신도시와는 전혀 다른 느낌의 크고 작은 다양한 종류 가게들, 프랜차이즈가 아닌 개인 상점, 노포들까지 빼곡한 골목들이 주는 생활의 편리함도 발견 중이다.
특히 정성스런 밥을 내어주시는 노포들이 많아 우리 부부에겐 아주 고맙다.
2주전쯤 예약해둔 책이 도착했다길래...저녁 먹고 예약도서를 찾아왔다.
도서관도 휘릭 걸어갈 만한 거리에 있다.
오늘은 남편이 아버님의 가정형호스피스 서비스를 신청하러 충남대 병원을 가는 날이라 바빴을 게다.
병원, 약국, 부모님댁까지
"집에 오면 지쳤을테니, 저녁으론 뜨끈한 찌개에 갓 지은 밥 먹게 해줘야지.."
그래서 퇴근길에 부지런히 시장 입구 부대찌개 포장해 파는 가게에 들러 (그 맞은 편 김밥집에선 아침에 먹을 김밥 한팩도 사서) 집으로 왔다.
이게 직전에 거주했던 새로 지은 아파트만 빼곡한 동네에선 불가능했던 삶이다.
그때 살던 아파트 단지 앞엔 순전히 프랜차이즈들 투성이였다.
저가형 커피가게만 서너개, 햄버거가게,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 무인 문구점와 장사가 잘 안되던 밀키트 가게 하나씩, 헬스장, 미용실 여러개, 특히 부동산 중개업소들은 단지내 상가에만 5개쯤+주변에 또 우르르, 그리고 뜬금없이 상가들 사이에 엄청 큰 교회, 휴대폰 가게 그리고 편의점, 정육점이 하나씩 있었거든. 나머진 학원들.
세상 그런 가게들은 이쁜 간판과 인테리어만 삐까번쩍만 할 뿐 나같은 사람의 일상 생활에는 하나도 도움이 안되잖아. 특히 우르르 몰려 상가 칸칸을 다 차지하고 있던 부동산들과 저가형 카페들
어떻게 실제 삶에 필요한 음식점, 식료품점, 과일가게, 분식점, 빵집, 김밥집, 반찬가게, 세탁소, 수선집 같은 건 아파트 단지내 상가나 그 주변 상가엔 단 하나도 없었다..... 집에서 1km이상 걸어 나가야 어쩌다 분식점 하나, 어쩌다 세탁소 하나, 빵집이 나왔다.
2년 가까이 살며 매일 한탄하다시피 했다.
이래서 사람이 어떻게 살아?
그래서 결국 새로 지어진 몇개의 아파트 단지들과 깨끗한 프랜차이즈 카페와 부동산들이 그득했던 그 동네를 떠나 오래된 동네로 옮겨왔다.
오래된 동네에 사는 즐거움...
퇴근길에 이런저런 노포를 찾아다니며 저녁 사먹고 재래시장에도 다니는 재미가 있더라. 가끔 퇴근길에 들러 만두도 사고 채소도 사고 그런다.
물론 집이 번화가에 있기에 당장 문앞을 나서면 집 앞뒤로 대형마트(코스트코, 홈플러스)가 있고. 그 옆으로 농협하나로마트, 홈플 슈퍼까지 있다만 재래시장과는 그 결이 다르더라.
재래시장과 오래된 동네상권, 프랜차이즈, 대형마트들이 함께 있는 오래된 동네에서 지난 2년가까이 못 누린 슬리퍼 상권을 누리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