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사 나들이
요샌 바쁠 정도는 아니나 매일매일 무언가 처리하는 중
주로 연이어 예약된 병원진료 등을 처리하느라 그렇다. 지정된 병원 진료 예약이 하나라도 있으면 다른 업무나 약속 잡기가 애매. 예약시간 맞춰 미리 가도 사람많은 의원 또는 2차병원이라 그런지 대기하고 진료/시술받고 또 기다리고 검사하고 뭐 이러다 보면 한나절 훌쩍 가버리더라.
오늘은 드디어 아무 일도 없는 날이라 아침부터 서둘러 바람 쐬러 나감.
(며칠씩 또는 멀리 여행가기엔 계속 소소한 일정들이 이어지고, 짬짬이 아이와 부모님을 찾아뵙거나 내 올해 근무지 이전 발표도 기다려야 하는 등 집에서 소소하게 여러 일들을 처리하며 간간히 바람 쐬는 정도만 하고 있다.)
(무려 설 명절 전주에 미리 주문했었던....미국과 호주에서 각각 물 건너온) 오렌지와 마카다미아 몇봉 챙겨 부모님 댁에 들렀다.
어머님은 모임에 가셨고 잠시 아버님만 뵙고 요새 근황 여쭙고 동학사로 출발.
(그무렵 같이 주문했던 스타벅스 커피캡슐은 미국 시애틀도 아니고 독일 스타벅스에서 진~즉 비행기타고 날아왔던데..... 오렌지랑 마카다미아는 어째 그 사이 속성으로 심고 키워서 가져왔드나?)
부모님집에서 동학사까진 거리가 제법 멀다. 시내 통과하는 최단 직선 코스로 가도 소형주차장까지 네비상 직선 코스로 편도 26km
주차장부터 동학사 주변을 따라 걷고 내려와 식사 (이뭐꼬 식당. 돌솥산채비빔밥과 묵무침. 이 집 나물반찬이 특히 맛있다. 오늘의 원픽은 부지갱이나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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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사진은 뒷모습으로 대충 1장만 찍어줌
(요새 피부과에서 잡티도 몇 개 빼고 미백 시술 받아 피부톤이 한결 맑아지고 이뻐짐. 나이든 남자도 자고로 가꿔야 곱다.)
오늘은 날이 따뜻해 경량숏패딩으로도 충분한 날씨였다. 겨울이지만 곧 봄이 올 듯 나뭇가지 끝단마다 잔가지며 새순이 돋을 준비 중이었다. 계곡 물도 맑았다.
평일 낮이라 사람이 거의 없고 한적
(주차장에도 차의 거의 없었고 동학사 대웅전 부근에만 몇몇 중노년아저씨 관광객분들이 모여 계셨다. 그중 혼자 오신 듯한 나이든 아저씨께서 동학사를 배경으로 기념삼아 남기고 싶다며 사진 한 장 찍어 달라셨다.
"아~ 그럼요."
솜씨는 없어도 혼신의 노력을 다하여 <가로/세로/가까이/멀리/다리 길어보이는 버전>으로 다양하게 찍어드렸다. ㅎㅎ
(아주~~만족스러우실겝니다. 다양한 버전에다가 다리도 한 2m쯤으로 보이게 찍어드렸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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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사와 남매탑 가는 길. 예전엔 이 코스로 종종 등산한 적 있다만 오늘은 패스
(남편은 갑상선 항진증 때문에 산에 갔다 몇번 탈진해 쓰러진 이후론 절대 혼자 산에 가지 않고 등산 자체도 질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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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학사를 지나 조성된 등산로도 오르지 않고 주변만 쭉 둘러 걸었음.
춥지 않은 겨울 날씨라 호젓하게 바람쐬고 돌아옴.
예전 관저동 살 때는 꼬마였던 아이를 데리고 대전동물원만큼 수시로 왔던 곳. 늘 비슷한 경치
집으로 되돌아오는 길은 한밭도서관을 들르기 위해 계룡시를 지나 관저동, 복수동, 산성동 구간을 쭉 통과하는 코스로 왔다.
도서관 갔다 집으로 오는 길은 늘 한화이글스파크 근처를 지나야만 한다.
4월이 되면 야구를 보러 이글스파크에 꼭 걸어가서 현장에서 파는 맥주 마시며 보겠다 벼르는 남편씨
(현재 집에서 야구장까진 온전히 평지인데다 도보 2km 남짓이니 걸을 만 하다. 올핸 야구를 좋아하는 그를 위해 예매전쟁 치르지 않도록 이글스 하프 주말 시즌권이라도 사줄까 생각 중. 인기가 많다던데 살 수 있을까 싶다만)
그리고 요새 또 한 일은 아들 살림 중 일부 교체
(아들이 알아서 처리했고 철제 스툴만 찾아줌)
"자취생용으로 나오는 가구들은 대체로 품질이 조악하구나."라는 걸 새삼 다시 깨달음
☞침대매트리스 나무 받침대... 침대 프레임을 쓰기엔 좁은 오피스텔이라 다들 쓴다는 매트리스 목재 받침대를 우리도 샀다만 어느날 보니 산 지 한달도 안되어 삐걱거리고 걸쳐진 나무막대들이 여기저기 부서지더란다. 그래서 이번엔 철제로 교체(아들이 직접 골라 샀음. 이사갈 때 접어서 이동 가능한 타입)
==> 새로 산 철제 받침대는 묵직하고 튼튼해서 맘에 든다고 함
☞원목 스튤 하나도 망가짐(깔끔한 디자인. 가볍고 저렴한 제품이었는데 그래서 그런 지 아이가 어느 날 앉자마자 그대로 무너져 내리듯 부서짐. 안 다친 게 다행. 아이는 체구도 작고 체중도 가벼운 데다 어려서부터 생전 뭘 부서뜨리는 타입이 아닌 지라.)이건 순전히 가구 불량인게 분명하다. 철제 스튤로 교체(아주 튼튼. 만족스러움)
☞책상의자 교체(당근에다 아들이 직접 팔았단다.)
의자 자체는 편하고 괜찮은데 빌트인 책상 높이가 일반적인 책상보다 높아서 좌석과 안 맞았다. 방석을 써도 불편. 그래서 아예 좌석 높이 조절이 되는 제품으로 교체하기로 함.
아들은 당근에다 처음 물건을 팔면서 그 짧은 사이 왜 당근에 올릴 때 무료나눔을 하면 안 되는 지 바로 깨달았단다. 처음 무료나눔을 하려고 했더니 곧장 온갖 진상이 꼬여드는 느낌을 받았단다.
그래서 이건 아니다싶어 소액을 걸어서 올렸고 괜찮은 분이 사갔단다. 사용법, 규격 등을 정성껏 잘 설명드렸더니 그 분께서 근처 학교 학생이냐며 "친절하게 답주어 고맙다"며 의자값 외에 음료 기프트쿠폰을 보내셨단다. 그걸 보면서 기분이 좀 묘하더란다. 갖은 진상들을 보며 낯선 이들을 대할 때 냉랭하고 사무적으로 대할까. 아니면 좋은 마음으로 친절하게 대할까 갈등이 좀 되었는데 결국은 좋은 사람, 괜찮은 사람들이 더 많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었단다.
아이는 일상의 잔잔한 이야기나 속상한 이야기까지 자라며 부모에게 많이 털어놓는 편인데 부모와 주변 어른들이 늘 잘 들어줘서 그런 지 그런 지 밖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지 않아도 전혀 답답해 하지 않고 적당히 말을 줄여 품위있게 할 수 있는 거 같다고 했다.
얼마 전엔 (아이와 비슷한 또래 아이를 가진) 원장님께서 아이를 보고 조언을 해주셨단다.
아이와 나이가 비슷한 본인 큰 아이에 대해 키우며 느낀 아쉬움과 좋았던 점 등을 이런 저런 이야기를 소탈하게 하시더니,
(병원에선 혹여 말실수할까 말수를 줄이고 쉬는 시간에 업무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업무 메뉴얼과 차트, 약처방전을 공부하는)아이에게
"지금은 네게 내가 하는 말이 하나도 안 들리겠지만, 다 잔소리 같겠지만 그래도 인생 너무 따분하고 진지하게 살 지 말고 취미 생활도 하고 공부만 하지 말고 이거저거 많이 도전하고 살라."고 조언해 주셨단다.
(아마도 아이를 얌전하니 공부만 하는 착하고 느릿한 내향형 범생이 I로 보신 듯_실상은....몹시도 해맑고 약간 느린 안 모범생 E인데)
아이에게 너는 그 원장님께 무어라 답했냐?
혹시 너는 어려서부터 할 줄 아는 악기나 취미, 운동도 되게 많고 여기저기 여행도 다니고 대학에 와서도 동아리활동을 이끌고, 사람도 많이 만나고 독서클럽도 직접 만드는 아주 적극적인 타입이란 걸 혹시 떠벌렸냐 했더니....
아이는 씩 웃더니 "아니~",
"원장님, 원장님 해주신 말씀 집에 가서 잘 생각해볼게요. 저 원장님이 말씀해주시는 거 집에 가서 혼자 생각 많이 해요. 말씀 감사해요." 했단다.
"정말 현명하구나. 엄마보다 나은 걸. 너는 그런데 너에 대해 더 많이 이야기하지 않고 그 정도 선에서 현명하게 말수를 줄였냐? 의도한 바가 있냐?"물었더니 의도한 바는 아니고, 저절로 그렇게 된댔다.
어려서부터 성장기 내내 엄마,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 고모, 미술선생님 등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들이 많아서 하고 싶은 이야기, 생각, 속내를 충분히 표현하고 자라다 보니, 굳이 자신을 떠벌이거나 내세우고 싶은 욕구가 없단다. 그러고 싶은 마음이 하나도 없단다. 그러는 사람들을 보면 뭔가 결핍되었구나. 주변에 충분히 들어주는 사람이 없었나 보다 싶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