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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걷는 중

매일 걷습니다 2021. 9. 18. 09:49

눈/비오는 날 빼곤 여전히 걷는다.

거진 매주 5-6회 정도 걷는다. 매우 피곤한 날만 제외하면 매일인 셈.

 

퇴근이 이른 편이라, 퇴근 후 간단한 저녁을 먹고 역시나 간단하게 집안일, 집 고양이 돌보기 한 후, 그날 내어둘 쓰레기와 공원냥이 밥 들고 나가서 공원까지 걷는 게 하루 일과다.

돌아와선 샤워, 빨래하고 건조되길 기다리며 웹서핑, 책 조금 읽다 자는 게 매일의 일상. 

 

매우 단순한 루틴.

나이들어가며 그 단순함이 주는 잔잔함과 평화로움을 사랑한다. 

 

 

보통 때 집에서 좀 떨어진 공원에 사는 공원냥이들 밥 주러 갈 겸 걷는 길은 노선에 따라 다르지만 대략 6~8.5km,

여기다 출퇴근 버스 노선에 따라 좀 많이 걷게 되는 날이면 너끈히 10km이상을 걷게 된다.

 

 

어제는 공원 코스로 가장 먼 왕복 8.5km 노선을 선택해 걸었다. 명절 전 공원 냥이들 밥은 푸짐하게 넉넉히 주고 온 터라 오늘은 시내방향으로 걷기로 함. 

 

 

오늘 걸을 길 미리 찾아봄.

이사온 지 6개월이 지나긴 했지만, 아직은 시내 곳곳을 완전히 숙지한 건 아니라 혹여 헤맬까 걱정되어 대략 갈 길과 거리를 미리 찾아봄. 

 

오늘 걸을 길은 대략 8.2km가량 된다. 

 

1. 집에서 도서관 들러 책을 반납하고 새로 대여하기 2.3km

2. 도서관에서 새로 추천받은 칼국수보쌈집 걸어가기 2.3km

3. 칼국수보쌈집에서 명절음식 문의해둔 반찬가게까지 1.0km

4. 반찬가게에서 우리집까지 다시 1.6km

 

 

 

내가 느끼는....매일 이리 걸어 좋은 점을 정리해 보자면,

(10여년쯤 걸었는데 격한 러닝이나 고강도 인터벌은 하지 않는다. 늘상 천천히 부드럽게 또는 약간 빠르게 걷고, 식사는 제한하지 않고 그냥 편하게 잘 먹다보니, 살 빠지는 거랑은 관련이 없고 몸만.. 튼튼해진다. ㅎㅎ)

 

1)무엇보다 정신이 매우 건강해진다. 혹여라도 속상하거나 맘 상한 일은 걷다보면 훌훌 다 털고 잊게 된다. 

 

2)여전히 탄수화물도 즐기고 일반식을 하기에 나이들어가며 차츰 나잇살도 붙어서 배도 좀 나오고 전체적으로 동글동글한 체형임에도 다른 부분은 몰라도 혈압이나 당뇨, 동맥경화 등의 징후는 전혀 없다.

 

살집이 붙은 몸집이지만 어딘가 모르게 구부정하거나 한쪽에 살이 쏠리지 않고 전체적으로 균형이 잘 잡힌 오동통 체형이다. 나이들며 운동하지 않는 중년들을 관찰하자면, 아직 노년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체형이 전반적으로 구부정하게 굽어져 가고 살집이 한켠에 쏠려서 체형이 불균형한 경우가 있다.   

나는 식사는 자유롭게 하되 액상과당의 폐해를 잘 알기에 물/커피 외의 음료수류, 탄산음료, 과자류는 거의 가까이 하지 않는 편이나 그래도 평범한 일반식을 하기에 나도 모르게 은연중 먹고 있을 게다.

 

3)정신적, 육체적 체력이 좋아진다.

정신적으로든 육체적으로든 그리 쉬이 지치지 않는다. 벌써 나이든 노년처럼 세상사 다 나른해하고 무력한 또래들에 비해 여전히 활기차고 뭐든 배우고 해보려는 에너지가 남아있다. 닥친 일에도 쉬이 짜증내거나 나른해 하지 않고 씩씩하게 해낸다.

중년의 나이가 드러나는 얼굴이지만 짜증이 드러나는 인상주름이나 생활에 찌든 고단함이 묻어나지 않고, 여전히 상냥한 젊은 여인네들처럼 타인에게 꽤나 다정하고 친절하고 보드라운 편이다. (종종 가는 가게 주인들은 내게.. 자신이 상대해본 손님 중 가장 예의바르고 다정하고 친절한 손님이라 내가 오면 기분이 좋다고 말해주는 분들이 있다.)

아마도 체력에서 정신적 여유와 타인에 대한 배려도 온다고 믿는다. 

덕분에 평일엔 매일 퇴근후 걷기운동을 하고, 주말에도 마냥 누워만 있지 않고 운동하고, 소소한 집수리나 구석구석 대청소를 할 정신적, 육체적 여력이 여전히 남아 있는 셈. 

 

거울을 볼 때마다 이제 내가 장차 어떤 모습의 할머니. 노년으로 늙어갈 지  거울속 내 모습 속에서 언뜻언뜻 보여지는 그런 나이가 되었지만, 그래도 열심히 걷고 성실히 잘 살아야지. 

 

힘에 부쳐 짜증내고 힘겨워서 투덜거리고 궁시렁거리는 아줌마. 무기력한 세상 다 산 듯한 할머니. 보는 이들까지 우울하게 만드는 에너지 뱀파이어 또는 젊은이들 뒷통수치고 시켜먹는 늙은 여우라 불리는 그런 늙은이 말고... 늙어도 다정하고 상냥하고 뭐든 열심히 제 몫해내는  소박하고 단정하고 친절한. 함께 있어도 부담 안가고 맘 안 불편하게 하는 그런 노인이 될 게다.